p.15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p.17 그런데 나는? 스물다섯 해를 살도록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하기를 일삼던 나는 무엇인가. 스물다섯해를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무엇에 빠져 행복을 느껴본 경험이 없는 나, 삶이란 것을 놓고 진지하게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본 적도 없이 무작정 손가락 사이로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
궁핍한 생활의 아주 작은 개선만을 위해 거리에서 분주히 푼돈을 버는 것으로
빛나는 젊음을 다 보내고 있는 나.
p.22 그랬다. 이렇게 살아선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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